해와 나 사이의 나뭇잎 31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진공이 있다는 것

저쪽 언덕으로 가려 하는가, 내 가슴이여. 여행자도 길도 없는데.... 삶의 율동이, 영혼의 휴식이 저 언덕 어디에 있단 말이냐. 강물도 나룻배도 그리고 뱃사공도 없는데, 줄도 넉넉치 않고, 줄 잡을 사람도 없는데, 건너가야 할 언덕도 그리고 강물도 없는데, 땅도, 하늘도, 그리고 시간도, 그 아무것도 없는데.... 영혼이여, 도대체 어느 곳을 아직도 갈망하고 있는가. 저 '텅빈 곳'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까비르 시에서 .......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진공이 있다는 것. '무'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지만 '공'은 개벽을 일으키는 창조의 공방.

손님

이 몸은 여인숙이라네 젊은이여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온다네 달려 그를 어깨의 짐이라고 말하지 마오금방 무존재가 되어 날아가 버린다오 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자네의 가슴으로 오는 것은 누구나 손님,기쁘게 맞이하게나. -루미   ----    1207년 ~ 1273년을 살았던 루미(페르시아어: جلال‌الدین محمد رومی, 튀르키예어: Muhammed Celâleddîn-i Rumi, 잘랄레딘 모하마드 루미)는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이자 이슬람 법학자였다. 그의 대서사시 《정신적인 마트나비》는 수피즘의 교의 · 역사 · 전통을 노래한 것으로 ‘신비주의의 바이블’로 불린다.  루미가 말한 '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인생의 가슴으로 오는 것'은 누구인가? 그것은 詩(시)이다.  그것은 인생을 옷 입..

안과 밖 없는 빛 덩어리

이 빛 덩어리 안과 밖이 모두 없어서 풍월이 누리에 가득하다. 모양 따라 나뉘어서 길거나 짧음이여, 어느 때는 접히고 어느 때는 펴진다. 이것 풀면 저 허공도 비좁다지만, 거두고 다시 보면 티끌 속도 허공이다. 이것 본시 그대와 나 흔적 없거니 어찌 감히 사사로움 용납하리요.  -묵암(1717~1790).    -----  만상은 진공의 자기복제임을 본다. 진공이라는 단일성이 만상이라는 다양성을 포용한 모습을. 온갖 빛깔과 형상 질량을 품고도 안과 밖이 다 비어서 끝도 없이 투명한 것을. 거기에 나니 너니 설 자리가 없는 것을. 그렇기는 해도 그걸 핑계 삼지 않는다. 먹고 자고 나가서 일하고, 돌아와 다시 자리에 앉는다. 오늘 하루도 일이 많았다.

별들이 널려 있는 밤

별들이 널려 있는 깊은 밤  바위에 외로운 등불 하나 달은 기우는데 뚜렷이 찬 광명은 이지러지지 않고 빛나니 내 마음 푸른 하늘에 걸려 있다네.-한산-----  이 詩에 세 종류의 빛이 언급되었다. 별빛과 달빛, 바위에 켜진 등불은 이 우주의 사물이 낸 물질 성분의 빛이다. 바위에 켜진 등불을 ‘외롭다’고 인식하는 정신 성분의 빛도 이 시에 스며들어 있다.  달은 초승달이 되었다 만월이 되었다 한다. 정신 성분 빛도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겁의 세월이 가도 이지러지지 않는, 성분이 진공인 빛도 있다.  시인은 이지러지지 않고 빛나는 광명이 자신의 참 정체인 것을 알고 있다. 그의 시심은 이 빛의 존재를 '견성'하는'법열에 차 있다.   한산의 시와 고흐의 그림이 이렇게 잘 어우러지다..

네가 찾는 그림자

사랑과 경멸 사이 우수가 잠든 정원에 아네모네와 노방초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곳에 우리들의 그림자도 스며든다 밤이 흩어버릴 그림자이지만 그림자를 거두는 태양도 언젠가는 그림자와 함께 사라지리라​ 맑은 물의 이 신기한 힘 그것은 머리털을 적시며 흐르나니 가라 네가 찾는 이 아름다운 그림자를 너는 찾아가야만 한다​ 클로틸드에게 _ 아뽈리네르 ​ Clotilde - Guillaume de Kostrowitsky Apollinaire​ L'anemone et l'ancolie Ont pousse dans le jardin Ou dort la melancolie Entre l'amour et dedain​ Il y vient aussi nos ombres Que la nuit dissipera Le soleil..

명상화 부채의 미얀마 여행

​​에서 우측 명상화 부채는 밝은 진공빛을 띠었습니다. 오링테스트를 해본다면 시선을 명상화 부채에 준 동안에 손가락의 힘이 강력해진다. 오링테스트 결과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명상화 부채가 밝은 진공 빛을 띤 것을 우리 생명이 알아보고 좋아하는 선호 반응을 강하게 일으킨 것이다. 즉, 우리 생명의 진공빛과 명상화의 진공빛이 강하게 공명한 것이다.  https://youtu.be/sr9nvrBhUno?si=jwBA9VnEqsRPmOvj    빛운영하는 빛은 이 우주 발생 이전의 진공에서 유래한 진공 성분의 빛을 포집해 고밀도 빛의 장이 되게 유도한 것이니, 이 빛은 진공이 진공 자신의 빛을 비춘 것이라는 점에서 이 빛을 불교의 용어로 바꾸어 다시 말하면 "바이로차나(vairocana)의 대적광(大寂光)" -..

강아지풀

꽃도 아닌 것이 열매도 아닌 것이  하늘은 무슨 까닭에 나를 기르시는고  오요오요오요  어리디어린 강아지풀아.  공초 오상순 시인의 어느 시의 부분이다. 내가 이 글의 제목을 '강아지풀'이라 했지만, 이 시의 원제는 이렇지 않을 것이다. 사오십 년 전 내가 중학생이던 때 어느 월간지에서 읽은 시의 파편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어서 이 글에 옮겨 적은 것 말고는 더 아는 것이 없다. 강아지풀은 꽃술 부분이 강아지의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개꼬리풀’로도 불린다. 어릴 때 강아지풀의 꽃술을 따서 손등에 올려놓고 손을 옴지락거려서 강아지가 꼬리 치고 달려오듯 움직이게 하면서 놀았었다. "오요오요오요" 하고 혀끝을 아랫입술 사이에 접촉하면서 ‘쪽쪽쪽’ 소리도 섞어서 내었었는데, 그 소리가 시에 담겨 있다. 하지만..

능소가 권하는 '빛이 밝아지는 명상'

잠시 고요해져서 보이는 것 모두를 차별없이 다 바라보는 ‘전체보기’ 명상눈을 떠 바라보면 지금까지 마음이 식별하던 사물들의 윤곽이 모두 마음의 관심 밖으로 철수되고 마음이 바라보는 행위만으로 홀로 깨어 있게 된다. 마음이 자기 자신 및 대상세계를 아는 마음 자체의 자기지, 마음의 본래적 각성, 본각(本覺)이 깨어난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하는 것을 ‘순수의식의 주의를 진공에 기울인다’ 또는 '순수의식으로 깨어서 보는 바 없이 본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잠시 순수의식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들어서 있었던 잡동사니 – 번뇌 – 가 문득 사라지고 그러한 순수의식 상태가 5~6초 정도 지속된다. 한번 전체보기 명상눈을 뜰때마다 5~6초 정도는 그 무엇에도 물들지 않은 마음의 본래 상태가 되는 것이니, 우리가..

삼시충 졸업

기생충의 숙주 조종은 어디서나 일어난다. 사마귀는 비정한 곤충으로도 유명하다. 암컷들이 짝짓기 후 수컷의 몸을 먹고, 그것을 양분 삼아 뱃속의 알을 키워내는 것이 그런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마귀는 자신의 알이 아닌 전혀 다른 종류의 생명을 품고 물이 흐르는 계곡을 찾아간다. 육지 곤충인 사마귀가 제 발로 물에 찾아가 투신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마귀의 꽁무니에서 서서히 빠져나오는 것은 사마귀와는 전혀 다른 종족, 연가시라는 이름의 기생충이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1미터가 넘는 연가시 한 마리가 사마귀의 뱃속을 완전히 빠져나온다.  연가시는 언제 사마귀의 뱃속으로 들어갔으며, 긴 몸을 어떻게 숨기고 있었을까?  연가시가 숙주 곤충의 몸에서 빠져..

괄호 속의 말

참전계경은 8장으로 나누어 말씀 되었는데, 그 첫째 장이 정성[誠]이다.​성(誠), 신(信), 애(愛), 제(濟), 화(禍), 복(福), 보(報), 응(應).  ​1장의 성(誠)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 되어 있다.​“정성이란 속마음[衷心]이 일어나는 바이며 피성질[血性]이 지키는 바로써 6체(體)와 47용(用)이 있다. (誠者 衷心之所發 血性之所守 有六體四十七用.)” ‘충심(衷心)’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는 단어로, 속에서 우러나는 참된 마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참전계경에서는 뜻이 더 깊이 새겨진다. 한자 ‘衷’을 천부 사상/광명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가 되는 ‘일신강충(一神降衷: 일신이 내려와 안에 계신다)’의 ‘충’과 같음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즉, 일신이 속마음을 내려 주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