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나 사이의 나뭇잎 26

장대 끝 꽃자리

眼裏江聲急 ​​​​​​​​​​​​​​​​​​​​​​​​​​​​​​​​​​​​​​​​​​​​​​​​​​​​​​​​​​​​​​​​​​​​​​안리강성급 耳畔電光閃 이반전광섬 古今無限事 고금무한사 石人心自點 석인심자점 ​​​​​​​​​​​​​​​​​​​​​​​​​​​​​​​​​​​​​​​​​​​​​​​​​​​​​​​​​​​​​​​​​​​​​​​​​​​​​​​​​​​​​​​ 강물 소리 눈속에 소란하고 번개 빛 귓가에 번쩍인다 고금의 시작도 끝도 없는 일을 돌사람의 마음이 점 찍어 마친다. ​​​​​​​​​​​​​​​​​​​​​​​​​​​​​​​​​​​​​​​​​​​​​​​​​​​​​​​​​​​​​​​​​​​​​​​​​​​​​​​​​​​​​​​​​​​​​​​​​​​​​​​​​​​​​​​​​​​​​​​​​​​​​​​..

굉지의 역설

나기 전 죽은 후도 홀로 신령스러워일체 부처가 여기서 나왔다네미친 마음을 쉬면 바로 보이나니가을물 맑은 하늘, 달이 떴구나. 身前身後獨靈靈一切如來出此經歇盡狂心便相見水秋天淨月亭亭-宏智正覺 ................. 굉지정각(宏智正覺:1091~1157. 송)은 묵조선(黙照禪)의 거장으로 불리는 선사이다. 이 시는 ‘망념을 쉬기만 하면 된다’는 묵조선의 주장을 대변해 놓은 것이다. ‘묵묵히 비추어 본다’는 뜻을 가진 묵조선은 화두를 드는 간화선과 쌍벽을 이루는 수행법으로, 묵조선은 회광반조(回光返照)해 자기 안의 빛을 살핀다고 한 것이 특징이다. 내 생각엔, ‘자기 안의 빛을 살피’는 것은 “네 속에 있는 빛이 어둡지 아니한가 보라”고 한 누가복음 11장 35절의 예수 말씀과도 다를 것이 없다.‘미친 마..

선운사 동백꽃

길 가다 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술 마시다가 밤 깊어서 나무 그늘에 오줌을 누고 곤하여 잠을 잤다아침에 눈을 뜨니 나는 한 나무를 끌어안고 잠을 잔 것이었다그 후로 길에는 나무가 있고 처음 본 날 그 사람이 웃은 보조개가 잎새 사이에 있다​ ​​​​​​​​​​​​​​​​​​​​​​​​​​​​​​​​​​​​​​​​​​​​​​​​​​​​​​​​​​​​선운사 동백꽃 – 백태종​​​​..​​​​ 마음이 놓아서 잊고서 살아도 어느때는 문득 붉은 꽃이다. 詩.

빛깔도 형태도 없으면서

허공은 빛깔도 형태도 없어라.변하지 않으며 검고 흰 것에 물들지 않나니이와 같이 빛의 마음은 빛깔도 형태도 없으면서흑과 백, 선과 악에 물들지 않네. 수천 겁 내려온 어둠도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의 근원을 가리지 못하듯기나긴 영겁의 윤회도눈부시게 빛나는 마음의 근원을 적시지 못한다. 허공은 텅 비어 있다 하건만어이 말로써 묘사할 수 있으랴.마음이 빛난다 말하지만이름붙임으로 마음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으리.이처럼 마하 무드라는 머무름이 없어라.-마하무드라의 노래 중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진공이 있다는 것

저쪽 언덕으로 가려 하는가, 내 가슴이여. 여행자도 길도 없는데.... 삶의 율동이, 영혼의 휴식이 저 언덕 어디에 있단 말이냐. 강물도 나룻배도 그리고 뱃사공도 없는데, 줄도 넉넉치 않고, 줄 잡을 사람도 없는데, 건너가야 할 언덕도 그리고 강물도 없는데, 땅도, 하늘도, 그리고 시간도, 그 아무것도 없는데.... 영혼이여, 도대체 어느 곳을 아직도 갈망하고 있는가. 저 '텅빈 곳'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까비르 시에서 .......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진공이 있다는 것. '무'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지만 '공'은 개벽을 일으키는 창조의 공방.

손님

이 몸은 여인숙이라네 젊은이여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온다네 달려 그를 어깨의 짐이라고 말하지 마오금방 무존재가 되어 날아가 버린다오 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자네의 가슴으로 오는 것은 누구나 손님,기쁘게 맞이하게나. -루미   ----    1207년 ~ 1273년을 살았던 루미(페르시아어: جلال‌الدین محمد رومی, 튀르키예어: Muhammed Celâleddîn-i Rumi, 잘랄레딘 모하마드 루미)는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이자 이슬람 법학자였다. 그의 대서사시 《정신적인 마트나비》는 수피즘의 교의 · 역사 · 전통을 노래한 것으로 ‘신비주의의 바이블’로 불린다.  루미가 말한 '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인생의 가슴으로 오는 것'은 누구인가? 그것은 詩(시)이다.  그것은 인생을 옷 입..

안과 밖 없는 빛 덩어리

이 빛 덩어리 안과 밖이 모두 없어서 풍월이 누리에 가득하다. 모양 따라 나뉘어서 길거나 짧음이여, 어느 때는 접히고 어느 때는 펴진다. 이것 풀면 저 허공도 비좁다지만, 거두고 다시 보면 티끌 속도 허공이다. 이것 본시 그대와 나 흔적 없거니 어찌 감히 사사로움 용납하리요.  -묵암(1717~1790).    -----  만상은 진공의 자기복제임을 본다. 진공이라는 단일성이 만상이라는 다양성을 포용한 모습을. 온갖 빛깔과 형상 질량을 품고도 안과 밖이 다 비어서 끝도 없이 투명한 것을. 거기에 나니 너니 설 자리가 없는 것을. 그렇기는 해도 그걸 핑계 삼지 않는다. 먹고 자고 나가서 일하고, 돌아와 다시 자리에 앉는다. 오늘 하루도 일이 많았다.

별들이 널려 있는 밤

별들이 널려 있는 깊은 밤  바위에 외로운 등불 하나 달은 기우는데 뚜렷이 찬 광명은 이지러지지 않고 빛나니 내 마음 푸른 하늘에 걸려 있다네.-한산-----  이 詩에 세 종류의 빛이 언급되었다. 별빛과 달빛, 바위에 켜진 등불은 이 우주의 사물이 낸 물질 성분의 빛이다. 바위에 켜진 등불을 ‘외롭다’고 인식하는 정신 성분의 빛도 이 시에 스며들어 있다.  달은 초승달이 되었다 만월이 되었다 한다. 정신 성분 빛도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겁의 세월이 가도 이지러지지 않는, 성분이 진공인 빛도 있다.  시인은 이지러지지 않고 빛나는 광명이 자신의 참 정체인 것을 알고 있다. 그의 시심은 이 빛의 존재를 '견성'하는'법열에 차 있다.   한산의 시와 고흐의 그림이 이렇게 잘 어우러지다..

네가 찾는 그림자

사랑과 경멸 사이 우수가 잠든 정원에 아네모네와 노방초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곳에 우리들의 그림자도 스며든다 밤이 흩어버릴 그림자이지만 그림자를 거두는 태양도 언젠가는 그림자와 함께 사라지리라​ 맑은 물의 이 신기한 힘 그것은 머리털을 적시며 흐르나니 가라 네가 찾는 이 아름다운 그림자를 너는 찾아가야만 한다​ 클로틸드에게 _ 아뽈리네르 ​ Clotilde - Guillaume de Kostrowitsky Apollinaire​ L'anemone et l'ancolie Ont pousse dans le jardin Ou dort la melancolie Entre l'amour et dedain​ Il y vient aussi nos ombres Que la nuit dissipera Le sol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