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아닌 것이 열매도 아닌 것이
하늘은 무슨 까닭에 나를 기르시는고
오요오요오요
어리디어린 강아지풀아.
공초 오상순 시인의 어느 시의 부분이다. 내가 이 글의 제목을 '강아지풀'이라 했지만, 이 시의 원제는 이렇지 않을 것이다. 사오십 년 전 내가 중학생이던 때 어느 월간지에서 읽은 시의 파편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어서 이 글에 옮겨 적은 것 말고는 더 아는 것이 없다.
강아지풀은 꽃술 부분이 강아지의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개꼬리풀’로도 불린다. 어릴 때 강아지풀의 꽃술을 따서 손등에 올려놓고 손을 옴지락거려서 강아지가 꼬리 치고 달려오듯 움직이게 하면서 놀았었다. "오요오요오요" 하고 혀끝을 아랫입술 사이에 접촉하면서 ‘쪽쪽쪽’ 소리도 섞어서 내었었는데, 그 소리가 시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때 내 마음에 들어선 것은 '꽃도 아닌 것이 열매도 아닌 것이’라고 한 말과 ‘하늘은 무슨 까닭에 나를 기르시는고’라고 한 말이었다.
이 시구가 왜 내 마음에 들어왔을까?
내가 삶을 사는 것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게 뭔지 잘 모르지만, 무엇인가 있기는 할 것이다... 라고. 그때 중학생 나이를 지나서 나이를 먹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때 이후 오상순의 시를 찾아보았었다. 시인은 무소유 주의자였다고 한다. 애용하는 파이프 한 개와 사람을 만나면 내밀곤 한 사인북이 가진 것의 전부였다시피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았다고. 시도 몇 편 쓰지 않았고 한다.
그래도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시구가 하나 더 있다. 어떤 시에 적힌 부속인지 모르지만.
흐름 우에 / 오오, 흐름 우에 보금자리 친 / 나의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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