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권 : 천지의 본음/1부 1장

플로티노스, 고대의 빛을 성서에 전하다

능 소 2022. 8. 15. 10:19

 

 

플로티노스(205~270)는 고대 철학의 마지막 부흥기를 이룬 위대한 철학자로, 빛이라는 개념으로 자신의 형이상학과 미학을 이야기한 빛의 철학자로 이야기된다. 플로티노스 철학의 특징인 빛과 빛의 유출에 대한 지식은 저 고대로부터의 전승이다.

 

빛은 세상이 생기기 전에서 비추어와 인류의 시조들을 비추었고, 인류의 시조들은빛의 생명 활동에 동화되어 빛의 광휘에서 우러난 지성의 정신문명을 열었다. 인류의 시조들에게 빛은 진리였으며, 인간의 밝은 이들은 빛과 동행하는 것을 통해 신의 지성과 거룩함을 공유하였다. 그때는 역사 이전의 영적 황금시대였다.

 

한 시대가 저물어 사람들의 마음에서 빛의 신성한 광휘가 잦아들던 즈음에 플로티노스가 태어나 활동했다. 그는 빛나는 사람이었고, 그의 빛의 철학은 고대에서 전승된 빛에 관한 지식으로부터 그리고 플로티노스 자신의 내면의 빛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는 열정을 다해 빛을 잊어가던 사람들의 주의를 다시 빛으로 돌려놓았다.

 

고대인들의 빛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우주의 깊이만큼 심원했다. 그들에게 빛에 대한 앎은 곧 신을 아는 지혜였으며, 이 수승한 지혜는 후세에 구전되어 훗날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에 지식과 영감을 주었다. 후세에 인류사에 등장한 뭇 종교에도 선사시대 인류 시조들의 빛에 대한 지혜가 전해졌다.

 

빛은 세상 이전부터 스스로 있은 것이며, 시간과 공간을 열어 이 세상을 성립시킨 신이 존재한 모습이었다. 플로티노스는 이 신을 일자(一者)’라 했고, 빛이 일자에서 유출되었다고 했다.

 

플로티노스가 사용한 일자라는 표현은 천부경이 비롯함이 없는 하나’ - 무시일’(無始一) - ‘끝남이 없는 하나’ - 무종일(無終一) - 이라 한 것이다. 프로티노스는 일자'완전한 일자', '절대적 단일성'이며 모든 것의 원천이라 하였는데, 진공을 가리킨 말이다. 일자는 그 존재의 충일(充溢)에 의하여 스스로 존재하며, 일자의 충일에서 유출(流出, emanation)’이 일어났다.

플로티노스의 유출설은 유출이 일어난 때에 일자 자체는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는 진공에서 천지인이 출현해 나온 것이지만 진공이 변질하고 사라진 것은 아니고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이 본래 그대로 여전하다는 의미라고 이해되는 것이다. 천부경이 무시일(無始一)에서 삼극(三極) 천지인 이 갈라져 나왔으나 (무시일이라는) 본체는 다함이 없다” - 석삼극무진본(析三極無盡本) - 라고 한 것과 의미가 상통한다.

 

플로티노스가 일자의 충일에 의해 유출이 일어났다고 한 것은 오늘날의 빅뱅우주론과 유사한 우주 생성 이론이었다고 생각하게 한다. 현대의 우주론에서 진공은 비어 있을 뿐인 것이 아니고 입자와 반입자의 생성소멸이 영속되는데, 진공의 요동(Vacuum Fluctuation)에서 우리가 빅뱅(big bang)이라고 부르는 대폭발이 일어나 지금의 우주로 비화한 에너지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러한 빅뱅 우주론은 플로티노스가 유출에 대해 말한 것과 유사한 것이다.

 

 

플로티노스는 초월적인 절대인 일자로부터 마치 태양에서 빛이 방사하고 또 샘에서 물이 흘러넘치는 것처럼 빛이 유출했다고 하였으며, 유출에서 가까울수록 빛의 함유량이 많고 유출에서 멀수록 빛의 함유량이 적다고 하였다.

 

플로티노스의 이러한 빛의 함유량에 대한 견해는 필자가 빛의 밀도’(밝기)라 하여 설명하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이해된다.

 

플로티노스가 빛의 함유량이라 한 것 혹은 필자가 빛의 밀도’(밝기)라 말하는 것은 빛이 현실 세상에 발현하여 행동하는 모습이고 또한 빛이 일으키는 창조의 동력이 강한지 약한지 말하는 것이므로 관심 가져야 한다. 그리고 플로티노스가 유출에서 가까울수록 빛의 함유량이 많고 유출에서 멀수록 빛의 함유량이 적다고 한 것은 빛의 행동은 자연의 법칙인 것을 말한 것이다.

 

필자는 빅뱅 직후는 이 우주가 진공의 세계에서 갓 발생해 나와서 진공빛의 밀도가 가장 높았을 것이라고 유추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해 관찰해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게 되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19951218일부터 28일까지 큰곰자리 별 사이를 관측했다. 이곳은 다른 천체가 없어서 어둡기만 했는데, 이 지점을 계속 촬영한 사진 300장을 합성하였더니 놀랍게도 거기엔 까마득히 먼 곳에 있는 수많은 은하가 드러났다. 사진에서 점처럼 보이는 것도 대부분은 수천억 개의 별들이 모인 은하들이다.

 

빛운영을 시작하기까지 빅뱅이 일어나고 138억 년이 된 현재의 우주는 우리 은하나 대우주 뭇 은하의 모습이 550(, 10¹) 밝기의 진공빛을 띤 것을 보게 된다. 빛운영 전에 촬영된 사진들에 이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허블 망원경이 적외선 이미지로 본 울트라 딥 필드 지역(Hubble Ultra Deep Field 2009 2010)UDFJ-39546284 지역은 132억 광년 떨어져 있는 곳으로 빅뱅 후 6억 년의 초기 은하계인데, 이 지역을 촬영한 이미지를 확대해 그것이 띤 진공빛의 밝기를 살펴보니 이 지역은 수치화해 말하기 어려운 매우 밝은 진공빛을 띠고 있었다. 빅뱅 직후의 초기 우주는 진공빛이 매우 밝았었다가 이후 138억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진공빛의 밀도가 차츰 낮아졌음을 의미해주는 것이다.

 

광명이 어느 때 어떻게 왜 사라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건의 전모는 우주의 침묵 속에 있다. 분명한 것은 선사시대가 저물어 역사시대가 시작되었으며, 인생들이 무명하다고 지적되고(불교), 인생들이 신이 준 빛을 잃는 원죄를 지었다는 교리가 출현해 있다(기독교)는 사실이다.

 

플로티노스는 이 세계를 예지계와 현상계로 나누고, 예지계에는 일자(一者)’인 신과 정신이 있으며, 예지계와 현상계 사이에는 영혼이 존재하고, 현상계에는 자연질료가 존재한다고 하였다. 플로티노스의 이런 표현은 그가 예지계라 한 것은 모습 없는 하늘’(진공의 세계)을 말한 것이고 이 신성한 세계는 정신이 지각하며, 플로티노스가 현상계라 한 것은 ’(인생의 마음)에 지각되는 모습 있는 하늘’(‘···바람··벼락’, 곧 우주 자연)을 말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그의 이런 표현은 선사시대 인류 조상들의 세계관·하느님 신앙과 일치한다.

 

플로티노스는 탈아(脫我)’를 통해 일자와 합일할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태어나서 활동한 시대가 저 선사시대의 영적 황금시대가 간 지 오래되어서 지구라는 삶의 환경과 사람들에서 진공빛의 광명이 사라지고 사람의 참 자아인 진공빛, 이 잠재 영역으로 철수되어서 그 빈 자리를 인생의 마음인 이 꿰차고 자아 행세를 하는, 영적으로는 타락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로티노스는 이러한 무명한 혼이 자아 행세하는 상황에서 돌이켜 빛이신 일자에 다가서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 ‘탈아는 인생의 마음인 혼이 자아 행세하는 상황에서의 이탈을 의미한다.

 

이렇게 이해하면 탈아를 통해 일자와 합일한다는 플로티노스의 철학은 필자가 빛을 자기화하는 명상 방법으로 순수의식의 주의를 진공에 기울이면 진공빛이 응답해 의식에 밝아지고 의식과 빛 사이의 간격이 사라진다고 알리는 것과 내용이 같다. 또 고대의 선도가 '삼망’(三妄)' - 심기신 - 에서 돌이켜 성명정(性命精)' - 삼진(三眞)으로 회귀하라 한 것과 같고, 훗날 불교가 회광반조(回光返照)‘하라 한 것이나 성서가 혼에서 돌이켜 영으로 거듭나라고한 것과도 뜻이 같다.

 

플로티노스는 신의 빛이 닿는 곳에 영혼 (*‘과 합일한 필자 주)이 존재하고 빛이 사그라드는 곳에는 물질만이 존재한다고 하였다. 이는 빛이 밝은 사람은 빛이 자아로 깨어 활동하게 되며, 이때는 빛에서 일어난 생각과 행동을 하여 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이지만 사람이 빛을 잃으면 인생의 마음인 을 자아로 동일시하며 혼육 심신 - 의 생존에 급급한 동물적인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알 수 있다.

 

플로티노스의 이러한 빛에 관한 철학은 아우구스티누스의 하느님 신앙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

 

교회의 권위가 커지면서 교회는 일정 부분 세속적 권력이 되었다. 세속적 권위는 황제에 있었고 영적인 권위는 교황에게 있었지만, 영적인 권위도 하느님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세속의 도움이 절실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신학자들은 초월적 신앙과 더불어 세속적 지혜도 말해주어야 했다. 이에 플로티노스의 플라톤주의를 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기독교 신앙에 대한 합리적 해석을 내놓은 이가 아우구스티누스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초대 그리스도교 교회가 낳은 위대한 철학자이자 고대문화 최후의 위인으로, 중세의 새로운 문화를 탄생하게 한 선구자로 교회의 사상적 토대를 이룬 성인으로 추앙받는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로티노스가 부흥시킨 고대의 빛의 철학을 비판적으로 흡수해 빛의 지성으로 성서를 해석했다.

 

초기 기독교 이론을 정리했던 이들은 대부분이 플라톤주의자들이었다.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이 헤브라이즘의 천상과 지상을 설명하는데 적합한 철학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플로티노스의 유출설은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을 빛과 어둠의 위계적 상호작용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했다. 그리하여 플로티노스의 유출 이론은 기독교인들에게 빛의 원천이 어디인지를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비유가 되어주었다.

 

인간이 진리의 빛으로 향할 때 그 빛은 세속적 지혜에까지 와닿는 것이다. , 빛은 하느님 자리에서 와서 세상에 속한 사물을 두루 비춘다. 빛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 플로티노스의 빛 철학으로 해석된 기독교 교리에서 성서는 그 빛을 감지할 수 있는 내적 감각을 일깨워주는 진리 체계이게 된다. 이렇게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로티노스가 말한 빛의 속성으로 영원한 진리로서의 신을 설명했고 이것을 통해 고대의 일자의 빛사상이 기독교에 유입되었다.

 

하지만 빛의 철학으로 해석되고 빛으로 거듭나라고 말하기까지 하면서도 교회는 인생과 빛의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에 치중했다. 교회의 체제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왜 믿어야 하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방식이 보다 최선이어서 철학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었다.

빛의 원천이 어디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그 빛 자체로 거듭나는 것이 진정 더 중요하다. 이 빛으로의 다가섬은 우리가 빛을 영접해 밝아지고, 인생들이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나누어 주신 인생 본래의 신성한 빛을 회복하는 결과여야 한다. 그것이 성서가 말하고자 하는 빛의 구원이기 때문이다.

 

 

플로티노스는 일자에서 뿜어 나온 신의 빛에 힘입어서만 아름다울 수 있으며 빛의 함유량에 따라 인간, 자연, 질료의 순서로 존재의 서열이 정해졌다고 하였다.

 

필자는 천체와 사람, 생물들이 띤 진공빛의 밝기에 관심 갖고 조사해보았는데, 빛운영을 시작하기 전 지구와 태양은 진공빛의 밝기가 5에 불과했다. 이는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빛운영 전에도 우리 은하와 뭇 은하들은 550경 밝기의 진공빛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빛운영 전 사람들은 3000~9800조 밝기였으며, 지구상의 여타 생명체들은 진공빛의 밝기가 18 이하였다.

 

진공빛은 모든 것을 아는 신성한 지성 영지(靈知) 이어서 이 빛이 사람 안에 밝은 것에서 영감이 발현하게 된다. 천재성도 진공빛이 밝은 사람에서 발휘되며, 진공빛이 크게 밝은 데서 깨달음이 촉발한다. 그러나 지구별 인간 세상이 태양계의 무명 중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에서 미약한 빛이 활약했고 큰 밝은이는 희소했다. 빛운영 전에 촬영된 사진들에서 살펴보면 당시 사람들은 견성(見性)할 수 있게 되는 최소한의 밝기인 9800조 밝기인 사람은 극소수였고, 이보다 덜 밝은 그러나 일반인들보다는 훨씬 밝은 빛을 띤 사람들이 사회의 각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하며 활동했다. 빛은 그 자체가 신성하고, 또한 천재성과 아름다움()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 진선미(眞善美)는 빛에서 '유출'된다. 플로티노스가 일자에서 뿜어 나온 빛에 힘입어서만 아름다울 수 있으며 빛의 함유량이 높아야 존재의 서열이 높다고 한 것은 그 때문이다.

 

빛이 빛을 안다. 빛의 행동은 공명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에 빛의 함유량이 높아야만 , 밝을수록 더욱 - 공명이 크게 일어나서 대우주의 빛과 공진(共振)하게 된다. 플로티노스는 이것을 일자와 합일이라 하였다. 훗날 성서는 이를 하느님의 빛인 성령과 동행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플로티노스는 큰 밝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가 주창한 유출설은 고대의 지식을 승계한 것이지만, 플로티노스의 안에 빛이 밝게 깨어 있었기 때문에 빛이 빛을 아는 알아차림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플로티노스가 활동한 시대는 빛운영 전이었으므로 빛이 무엇인지 알고 설명할 수 있었지만 진공빛이 천지와 사람에 밝아지도록 변화를 불러일으켜 줄 수는 없었다. 플로티노스나 사람들이나 모두 저마다 타고난 밝기로 비추며 살았을 뿐이고, 단지 플로티노스는 큰 밝은 사람이어서 그의 내면의 빛에서 생각과 행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백순임 명상화 <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