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움직이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물에는 흔적 하나 없네.
竹影掃階塵不動 月穿潭底水無痕
......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비질하니 묘유이고 티끌 하나 움직이지 않으니 진공이다. 물에 흔적 없으니 쌍차이고, 달빛이 연못을 뚫으니 쌍조이다.
이 시의 저자 야보도천(冶父道川)은 남송시대의 선승으로 출가 전의 본명은 적삼(狄三)이었다. 군의 하급 관리로 일하다가 도겸(道謙)선사에게 발심해 호를 받을 때 三을 세워 川으로 바꿔주었다고 한다.
“이제까지 너는 적삼(狄三)이었지만, 지금부터는 도천(道川)이다. 등뼈를 곧추세워 정진한다면 그 도(道)가 시냇물(川)처럼 불어날 것이다.”
도가 시냇물처럼 불어나면 등뼈 세운 보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천이 되기 전에도 적삼은 날 때부터 밝았을 것이다. 그랬으니 도 닦을 생각도 한 것이리라.
그렇긴 하나 날 때부터 밝은 이가 되게 정하는 것은 누구인가?
빛 운영에 응답한 빛이 사람과 천지를 비추는 소식은 달이 뜬 후 전해질 것이다.
'해와 나 사이의 나뭇잎'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햇빛이 맑고 바람이 가벼운 나라 (3) | 2024.11.04 |
---|---|
그것을 현재라고 부른다 (1) | 2024.10.25 |
조선에는 누가 사는 거요? (3) | 2024.10.03 |
장대 끝 꽃자리 (0) | 2024.08.30 |
굉지의 역설 (0) | 2024.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