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권 : 천지의 본음/1부 1장

불화의 빛

능 소 2022. 8. 16. 16:25

 

 

불교에는 수많은 불보살이 등장하였는데, 모두 비로자나불을 진신(眞身)으로 하여 설법을 위해 응신(應身)한 형식이다.

 

비로자나는 청정법신(淸靜法身)이라 하여 형상이 없이 계시고 일체중생을 감싸 보호하시는 부처이다. 사찰에서는 비로자나불을 모신 법당은 불상이 없이 비워 두는데, 이는 비로자나는 진공을 불격화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비로자나를 모신 법당을 대적광전(大寂光殿)이라 부르는데, ‘대적광크게 고요한 광명으로, 진공의 세계가 큰 고요의 세계이자 진공빛의 세계인 것을 말한 것이다. 진공 세계의 큰 고요를 부처가 설법하는 말소리가 없다하여 무설(無說)’이라고도 부른다. 불국사에 법을 설하는 강당 이름이 무설전(無說殿)인 것도 그런 뜻이다.

 

비로자나의 산스크리트어는 바이로차나(vairocana), ‘두루 빛을 비추시는 존재라는 뜻이다. 비로자나는 어디나 계신다고 하여서 변일체처(遍一切處)’라고 하고, ‘두루 모든 곳에 두루 계신다고 하여서 광명변조(光明遍照)’라고도 부른다. 이런 표현들도 모두 진공·진공빛을 말한 것이다.

 

불교의 교리에서 석가모니는 비로자나 진신이 인생의 모습으로 응신해 와서 세상 사람들에게 불도를 가르친 교사이다. ‘응신(應身)’은 화신(化身) 혹은 아바타(Avatar)라고 부른다. 아바타는 산스크리트 아바따라(avataara)’에서 유래한 말로 내려오다라는 뜻의 동사 아바뜨르(ava-tr)’의 명사형으로 신이 지상에 강림한 것, 지상에 강림한 신의 화신을 뜻한다.

 

후세에 전해진 부처님의 가르침은 크게 자성전승(自性傳乘)과 변상전승(變相傳乘)으로 나누어진다. ‘자성은 마음의 공성(空性)’으로, 나의 성품이 진공인 것을 말한다. ‘변상은 본래는 형상이 없지만 모습이 있는 것처럼 오셨다는 것으로, 빛이 사람으로 오신 것도 그런 것이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업장에 가려져 있는 미세한 정광심(淨光心)이 들어있는데 이 정광(淨光)‘은 장차 부처가 되는 씨앗이다고 한 것도 '변상'이다. 이러한 이치에서 부처의 존재에서 진공빛은 중시되는데, 불교의 표현물은 이점을 드러내 주고자 한다.

 

고려불화 부분

이 그림에서 부처의 모습은 큰 빛의 장()을 띠었고, 보살의 모습은 부처보다는 작은 빛의 장()을 띤 것으로 표현되었다. 불교 교리에서 부처는 깨달은 사람 또는 존재이고 보살은 부처가 되기 위해 수행하는 사람, 또는 여러 생을 거치며 선업을 닦아 높은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른 위대한 사람을 뜻하는데, 이 그림에서는 부처와 보살의 차이가 단지 진공빛의 밝기 차이로 표현되었다. 이는 마음의 정광(淨光)이 부처가 되는 성품이라는 변상전승의 뜻과 정합한다.

 

수월관음도 부분

이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의 관음보살은 빛을 발하는 모습이고, 그림에는 고통 바다에 휩쓸린 뭇 존재들이 그려졌는데 이들의 모습에는 빛이 미약하거나 조금도 나타나 있지 않다. 자세히 보면, 작으나마 빛을 띤 이들은 관음보살을 향하여 있고 모습에 빛이 전혀 없는 무명 중생은 관음을 등진 채 고해에 휩쓸려 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 표현의 배경에는 빛이 빛 자신을 아는 성자신해(性自神解)의 원리가 있다. 빛이 없는 극심한 무명일수록 빛에 관심 가질 수도, 빛의 길로 나아갈 마음을 낼 수도 없게 되는 이치이다. 이것은 사람 안의 빛이 우주의 빛과 공명하는 빛현상을 말한 것이다.

 

정광(淨光) - 진공빛 - 이 부처 되는 기본이고, 이 빛이 밝게 깨어서 그 광명에서 생각과 행동이 일어난 이가 곧 깨달은 이, 부처이다. 이러한 앎에서는 사람 안의 빛을 깨우는 것이 중요하며 사람 안의 빛이 성장하도록 국토가 - 천지 환경이 광명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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