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나 사이의 나뭇잎

별들이 널려 있는 밤

능 소 2024. 7. 31. 09:44

 

별들이 널려 있는 깊은 밤 

 

바위에 외로운 등불 하나 달은 기우는데

 

뚜렷이 찬 광명은 이지러지지 않고 빛나니

 

내 마음 푸른 하늘에 걸려 있다네.

-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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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詩에 세 종류의 빛이 언급되었다.
 
별빛과 달빛, 바위에 켜진 등불은 이 우주의 사물이 낸 물질 성분의 빛이다. 바위에 켜진 등불을 ‘외롭다’고 인식하는 정신 성분의 빛도 이 시에 스며들어 있다.
 
달은 초승달이 되었다 만월이 되었다 한다. 정신 성분 빛도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겁의 세월이 가도 이지러지지 않는, 성분이 진공인 빛도 있다.
 
시인은 이지러지지 않고 빛나는 광명이 자신의 참 정체인 것을 알고 있다. 그의 시심은 이 빛의 존재를 '견성'하는'법열에 차 있다.
 
 
고흐 _별이 빛나는 밤

 

한산의 시와 고흐의 그림이 이렇게 잘 어우러지다니!
 
고흐의 사진 속 모습을 보면 - 그의 그림에 투사된 밝기를 보아도 - 9800조 밝기에 달한다. '빛운영' 전 시절 사람의 모습에서 발견되는 가장 밝은 밝기이다. 극소수의 '천재성을 발휘한 사람들'의 모습에 이러한 밝기가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짐작이지만 - 반드시 그러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 한산 또한 그러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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