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높은 곳’ - 빅 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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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서 전체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빅히스토리(Big History)가 탄생하게 된 이유죠”

 

​빅히스토리의 창시자이자 호주 매쿼리대 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크리스천(David Christian) 박사가 2017년 6월 23일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개최된 ‘빅히스토리 토크콘서트’의 발제자로 참석하여 ‘세상 모든 것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말이다.

 

빅히스토리란 138억 년 전 빅뱅으로부터 시작된 과거와 인류가 문명을 이루고 있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다루는 종합학문이자 융합학문으로 제시되었다.

 

역사의 범위를 빅뱅으로 확장시킨 이 세계관은 빅뱅, 우주의 진화, 원소의 기원, 지구와 태양의 형성, 생명(체)의 출현, 인류의 출현과 집단학습, 농업혁명, 근대혁명을 망라하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조망한 일종의 거대사(巨大史)라 할 수 있다. 이 ‘거대사’가 한눈에 보이도록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서 전체를 내려다보듯 본다는 것이다.

 

우주는 큽니다. 정말 크지요. 그리고 오래되기도 했고요. 한 138억 년 전에 생겨났는데, 너무나도 오래전이라 우리가 이 숫자를 이해할 방도가 없을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작고 보잘것없는 뇌가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13년으로 줄여봅시다. 이렇게 줄인다면 우주는 2001년 즈음에 탄생했겠군요. 조지 W. 부시가 막 대통령에 취임했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모뎀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기 시작한 시간 말입니다.

 

이렇게 놓는다면 첫 항성과 은하는 12년 전에 형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구가 생기려면 7년 하고도 반년을 더 기다려서 약 4.5년 전에야 지구가 출현합니다. 조금 더 시간을 당겨 4년 전에 지구에 단세포 생물이 생겼고, 한참 더 시간을 달려 6개월 전쯤으로 넘겨서야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기해 다세포 생물들이 탄생합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고등 생물들의 탄생은 굉장히 최근의 일이라는 겁니다. 이 연표에서는 공룡들이 고작 3주 전에야 멸종하게 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을 업데이트한 시간이군요. 인간과 침팬지가 공동조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은 3일 전입니다. 첫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것은 50분 전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이메일을 확인한 시간이네요. 우리가 아프리카에서부터 이주한 것은 26분 전이며,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한 것은 6분 전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트위터 타임라인을 확인한 시간이지요. 우리가 농업을 발명한 것은 5분 전입니다! 고대 이집트? 3분 전입니다. 흑사병? 24초 전입니다. 산업 혁명은 6초 전이고, 제1차 세계대전은 2초 전입니다. 냉전, 인류의 달 착륙, 당신의 탄생, 인터넷, 그리고 빅맥, 전부 지난 1초 안에 일어난 일입니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복잡한 형태의 생물들의 탄생, 그리고 인류의 탄생은 아주 멋진 일입니다.

 

- 존 그린, Crash Course 빅 히스토리 - 빅뱅 에피소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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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창시자들의 이 비범한 시각은 아닌 게 아니라 ‘높은 곳’에서 ‘전체’를 내려다보듯 본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관이 ‘가장 높은 곳’에서 ‘진정한 전체’를 바라보았다고 하기에는 결여된 것이 있어 보인다.

 

해·달·별·바람·비·벼락은 모습 있는 하늘이고 하늘의 하늘은 모습 없는 하늘이고 하느님이시다_참전계경 경신

 

참전계경의 이 말에서 ‘해·달·별·바람·비·벼락’은 가시적인 세계인 우주 자연이고, 이것은 ‘빅 히스토리’ 창시자들이 빅뱅 이후의 역사로 다룬 것이다. 그런데 참전계경은 ‘하늘의 하늘은 모습 없는 하늘이고 하느님이시다’고 하여서 이 가시적인 세계의 배후에 있는 진공의 세계에 주목하고 이 비가시적인 세계야말로 이 우주 자연의 출처이며, 조물주 하느님이 되신다고 말한 셈이다. 하지만 ‘빅 히스토리’라고 하는 거대 담론에는 ‘모습 없는 하늘’ 곧 진공/진공빛에 대한 관심이 언급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빅 히스토리’ 창시자들이 “가끔씩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서 전체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고 말한 것에 충분하게 공감하게 되지는 않는다.

 

神在無上一位(신재무상일위) : 하느님은 위가 없는 가장 높은 자리에 계신다.

 

삼일신고 신훈에 있는 이 말은 하느님은 진공이시고 조물주셔서 피조물의 세계인 우주 자연과는 견줄 수 없는 가장 높은 자리에 계신다고 한 것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빅뱅은 ‘진공’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그리고 빅뱅 당시 신생 우주로 유출해 온 초기 물질에는 진공 성분의 빛이 극초고밀도로 함유되어 있었다고 알 수 있다. 이 극초고밀도의 진공빛은 빅뱅 이후 우주가 팽창하는 것에 따라 밀도가 차츰 낮아졌다고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지 알고자 빅뱅에까지 관심을 확장해 ‘모든 것의 역사’를 통찰하기로 한다면, 필자 생각에는 진공의 생명 활동이 사물을 비추어 진공 자신의 생명을 부여하는 것을 함께 조망해야 한다. 특히 진공이 비춘 빛이 사람 안에 깃들어 사람의 참된 자아인 ‘영광(靈光)’이 된 것을 성찰해야 한다.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