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족오 2

마고신화의 ‘오금을 귀에 걸어 음을 듣다’

부도지는 마고성의 네 천인이 성의 사방에 관을 쌓아 음을 만들었고 사람들이 오금을 귀에 걸어 음을 들었다고 전한다. 그러던 중 마고성 사람들이 포도를 먹어 본래의 성정을 잃게 되는, 큰 변고가 일어나게 된다. 처음 포도를 먹은 것은 백소씨족의 지소씨였다. 그는 어느 날 지유(地乳)를 마시려고 샘에 갔다가 사람은 많고 샘은 작아서 자기 차례를 양보하기를 다섯 차례나 하다가 끝내 마시지 못하고 자기가 집무를 보는 소(巢)로 돌아왔다. 지소씨는 허기져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때 지소씨의 귀에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내는 것은 소 난간 위에 익은 포도(葡萄)였다. 익은 포도가 향긋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당시 마고성 사람들은 지유만을 먹었지만 지소씨는 너무 허기진 데다가 향기에 이끌려서 포도를 맛보..

1부 서문

고대인들이 ‘태양 속에 삼족오가 산다’고 하였다. 이 표현은 태양이 본태양(本太陽)의 빛, 곧 하느님의 광명을 함유해 가졌음을 말한 것이었다고 알 수 있는 것이다. 머리가 하나인데 다리가 셋인 것은 진공이라는 무극 본체(=유일신)가 진공, 진공요동, 진공빛으로 작용(=삼신)해 천지인 삼극이 분화했음을 말한 은유라는 것이다. 햇빛은 유한한 것이어서 사람이라고 하는 유한한 개체가 생성되도록 환경이 되어준다. 본태양의 영원하고 무한한 광명은 사람 안에 깃들어 사람의 주인이 된다. 삼족오의 노래소리는 사람 안의 빛이 생명의 주체라고 말한 선언인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태양에서 본태양의 광명이 사라지고 태양이 내는 빛과 열만이 지구를 비추었다. 삼족오라고 하는 신령한 새가 날아가고 빈 둥지만 남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