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은 신이 만든 피조물이 아니라 스스로 비어 있는 자존자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진공, 곧 ‘모습 없는 하늘’(진공)은 ‘하늘들의 하늘’이고 ‘하느님’이 존재한 모습이다. 그러므로 진공빛은 사물이 발한 빛으로 대체될 수 없고, 신앙이라는 마음 활동이 일으킨 정신 성분의 빛과도 동일시되지 말아야 한다. 진공빛은 인생이 마음 활동을 그치고 진공을 바라보는 동안에 그가 거기 존재한 것을 본다. 빛은 빛을 알고, 빛 아닌 것은 알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은 주체와 객체, 존재와 비존재, 선과 악, 상승과 하강, 완전과 불완전, 속박과 자유의 차별에 관한 탐사 활동을 하고 그것들에 반응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서 이에 따르는 문제를 극복하고자 척추를 곧추세우고 호흡을 조절하는 훈련도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런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