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빛 덩어리 안과 밖이 모두 없어서 풍월이 누리에 가득하다. 모양 따라 나뉘어서 길거나 짧음이여, 어느 때는 접히고 어느 때는 펴진다. 이것 풀면 저 허공도 비좁다지만, 거두고 다시 보면 티끌 속도 허공이다. 이것 본시 그대와 나 흔적 없거니 어찌 감히 사사로움 용납하리요. -묵암(1717~1790). ----- 만상은 진공의 자기복제임을 본다. 진공이라는 단일성이 만상이라는 다양성을 포용한 모습을. 온갖 빛깔과 형상 질량을 품고도 안과 밖이 다 비어서 끝도 없이 투명한 것을. 거기에 나니 너니 설 자리가 없는 것을. 그렇기는 해도 그걸 핑계 삼지 않는다. 먹고 자고 나가서 일하고, 돌아와 다시 자리에 앉는다. 오늘 하루도 일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