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조선을 떠난 건 9살 때였소. 그저 달렸오. 조선 밖으로. 조선에서 가장 먼 곳으로. 그런데 앞에 파란 눈의 금발머리 선교사가 구세주처럼 나타났소. 그의 도움으로 미국 군함에 숨어들었고, ‘한 열흘쯤 가면 되겠지.’ 했는데, 한 달을 갔소.” 애신: “헌데, 9살 아이가 무슨 연유로?” 유진: “‘죽여라! 재산이 축나는 건 아까우나 종놈들에게 좋은 본을 보이니 손해는 아닐 것이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조선이오.” 애신: “누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이오?” 유진: “상전이었던 양반이.” 애신: “……” 유진: “무엇에 놀란 거요? 양반의 말에? 아님 내 신분에?” 애신: “……” 유진: “맞소! 조선에서 난 노비였소.” 애신: “……” 유진: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에는 누가 사는 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