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권 : 빛의 확산/4 부 서문

4부 서문

능 소 2022. 8. 13. 10:27

 

 

수소 원자의 핵을 농구공 크기로 바꾸면, 전자는 밤톨 크기가 되고 핵에서 32Km 밖에서 회전하는 것이 된다. 이렇게 본다면, 사물들은 엉성하고 우주는 대부분 비어 있는 세계이다.

 

핵이나 전자의 안으로 들어가도 비어 있는 세계가 나온다. 하지만 비어 있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허무가 아니라 이 우주를 이루는 기초단위의 정보와 패턴이 존재한 곳이다. 이 우주와 사물이 발생하는 조화 자리, 하느님이 창조 업무를 보는 공방(工房)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물리학자들은 이곳을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공간과 시간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크기라 하여 플랑크 길이(Planck length)라고 부른다.

 

같은 인식이 저 선사시대에도 있었다.

 

푸르고 푸른 것이 하늘이 아니며, 아득하고 아득한 것도 하늘이 아니니라. 하늘은 형태와 바탕됨이 없고, 끝도 없으며, 상하 사방도 없으며, 텅 비어서 어디에나 있지 않은 곳이 없고, 포용하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 삼일신고 천훈.

 

(, 비었다)는 물건이 없음이요, (, 신령하다)은 마음이 영검함을 이름이라.. 빈 가운데에서 이치와 기운이 생겨 크게는 천계(天界)를 두루하고 작게는 티끌에까지 미치나니, 그 이치와 기운은 비고도 신령한 것이니라. 참전계경 <17>허령(虛靈)

 

빈 가운데에서 이치와 기운이 생겨 천지가 열리고 사물들이 출현하는 것을 비추어 본 저 선사시대의 철인(哲人)들은 하느님 자리의 빛과 소통한 밝은 이들이었다. 그들의 현명함이 훗날에 전해져서 선사시대 이후 인류사에 출현한 뭇 종교가 이 조화 자리에 주목했고, 수행법들은 이 자리와 소통하고자 여정을 나서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햇빛에 색조가 퇴색하면 역사가 되고 푸른 달빛에 젖으면 신화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빛운영은 햇빛과 달빛이 하느님 자리의 참빛을 인간 세상에 전달하도록 유도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을 해석하면 철학이지만, 성분이 진공인 빛을 과학의 장치와 기법이 포함된 새로운 접근법으로 취급하게 되면 상황이 개벽해 공의 광명이 천지인에 발현한다.

 

그런 점에서 빛운영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 시대의 현명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류사가 영성 과학의 위대한 경지에로 진입하게 되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하늘문() 앞에 서는 것이 된다.

 

오래된 옛말을 다시금 상기해보자.

두드리라, 열릴 것이요!”

 

 
백순임 명상화 <마을동산과 하늘>( 66x53.5) Acrylic on Canvas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