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찬린 5

참 구슬, 진주

모든 보석들은 생명이 없는 무기물 속에서 형성된다.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는 땅속에 매장된 광물 속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진주만은 생명이 있는 생체 속에서 형성된다. 진주는 진주조개의 아픔 속에서, 고뇌의 상흔 속에서 만들어지는 생체보물이다. 건강한 조개 속에는 진주가 없다. 한 알의 모래나 불순물이 조개의 내장에 침입하여 상채기를 남기고 그 내면의 아픔을 감싸는 작업 속에서 오색의 영롱한 진주는 형성되어 간다. 진주는 조개의 아픔과 고뇌 속에서 생성되는 생명의 결정이다. 고뇌와 아픔이 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자는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 영혼의 깊은 상흔과 마음의 아픔이 없이 무엇이 탄생되고 창조되겠는가. 베토벤이 귀머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교향곡 9번은 작곡되지 않았을 것이다. 로망 롤랑이 ..

선(禪), 그 밭에서 주은 이삭들(변찬린)

청자빛 저무는 성인(聖人)의 하늘 바람 부는 저 허공에 보이지 않는 섬세한 거미줄이 있어 학처럼 날아가는 자유혼을 은밀히 포로한다. 제신(諸神, 여러 신)의 그물, 성인의 거미줄, 사상의 철조망에 한번 걸리면 네 무슨 능력으로 벗어나겠느뇨? 도연(道緣, 도의 인연)따라 심전(心田, 마음밭)따라 혈맥(血脈, 혈대의 맥락)따라 예수의 그물에 걸리기도 하고 노자(老子)의 그물에 걸리기도 하고 석씨(釋氏)의 그물에 걸리기도 하고 중니(仲尼, 공자)의 그물에 걸리기도 하고 회회(回回, 마호메트)의 그물에 걸리기도 하고 맑스의 그물에 걸리기도 하여 틀에 굳어지고 모난 뭇 종파(宗派)의 성직자와 사상의 괴뢰(傀儡)들과 정치의 주구(走狗, 남의 끄나풀)들을 무수히 본다. 새날 참 자유한 지인(至人, 궁극적 인간)은 유..

‘광명’이 부활하도록

‘광명’이 부활하도록 백태종 『선(禪), 그 밭에서 주은 이삭들』은 저자 변찬린이 청년기의 종교적 방황과 방랑의 생활을 끝내고 자신의 구도적 경험을 “동방(東方)의 빛, 화쟁(和諍)의 혼(魂), 새ᄇᆞᆰ에게” 보내는 구도의 편지를 쓴 것이다. 자칫 역사에서 망각될 뻔 했던 변찬린이라는 걸출한 종교사상가를 발굴해 세상에 알리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호재 교수는 변찬린을 ᄒᆞᆫᄇᆞᆰ(한밝)선생이라 부른다. ‘ᄒᆞᆫᄇᆞᆰ’은 한민족의 이상향을 담은 현대어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ᄒᆞᆫᄇᆞᆰ'을 한민족의 광명사상이라고 수록하였다. 내가 알기로 광명사상은 환인, 환웅, 단군으로 이어진 ‘선맥(僊脈)’을 통해 저 인류사의 시원에서 전래된 한민족 고유의 세계관이요 하나님 신앙이다. 나는 광명사상의 ‘광명’은 “..

변찬린의 '다시, 신약(新約)을 읽으며'를 읽다

​ 다시, 신약(新約)을 읽으며 변찬린 한 때 나는 난(蘭)을 가꾸면서 노자(老子)의 초입(初), 말하자면 곡신불사(谷神不死) 시위현빈(是謂玄牝)의 골안 그 부근에서 쇄풍(曬風)74하기도 했고 뜨락에 은행잎 지던 어느날에는 구(丘)의 예(禮)다운 투정 굵게 썬 회(贈)를 나무래던 간지러운 잔말을 귓밖에 들으면서 천상지재(天上之載) 무성무취(無聲無臭)의 하늘 그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했고 혹은 연꽃에 마음(馬陰)을 감추(藏)시고 사정삼매(射精三昧)에 듭신 구담(瞿曇)75의 자부름을 흉내내어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의 마당 그 계하(階下)76에서 조흘기도 했고 그러다가 자꾸만 낯설어지는 세상 답답하고 심심하여 쇠주(酒)를 마시다가 흐릿한 취중(醉中) 양잿물을 먹고 하루에도 너댓번은 실히 저승의 ..

변찬린의 '하나님 어머니'

변찬린의 사진 속 모습이 남달리 밝게 진공빛을 띠었더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빛운영 전 시절에는 사람 대부분이 밝기 3000만이었고 극소수가 9800조 밝기였었는데, 변찬린은 9800조 밝기이더라는 말입니다. 그런 변찬린이 자기 내면의 빛에서 우러났을 법한 말을 시의 형식을 빌려 말하였습니다. 그의 시집 『선(禪), 그 밭에서 주은 이삭』에 이런 시가 수록되었습니다. 길은 옛길, 날은 새날이다. 지인(至人)의 날, 영(灵)의 시대가 도래하면 께 새 예배드리자. 낡고 헐고 늙으신 야웨신은 악마와 더불어 을 마무리하고 저무는 서쪽, 신약(新約, 하나님이 예수를 통하여 인간에게 새롭게 한 약속)의 하늘에서 장엄히 사라져 간다. 야웨신의 남근(男根)을 닮은 저 원자운(原子雲)을 보아라.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