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영소계진부동 월천담저수무흔

대나무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움직이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물에는 흔적 하나 없네.

 

竹影掃階塵不動 月穿潭底水無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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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비질하니 묘유이고 티끌 하나 움직이지 않으니 진공이다. 물에 흔적 없으니 쌍차이고, 달빛이 연못을 뚫으니 쌍조이다.

 

이 시의 저자 야보도천(冶父道川)은 남송시대의 선승으로 출가 전의 본명은 적삼(狄三)이었다. 군의 하급 관리로 일하다가 도겸(道謙)선사에게 발심해 호를 받을 때 三을 세워 川으로 바꿔주었다고 한다.

“이제까지 너는 적삼(狄三)이었지만, 지금부터는 도천(道川)이다. 등뼈를 곧추세워 정진한다면 그 도(道)가 시냇물(川)처럼 불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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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시냇물처럼 불어나면 등뼈 세운 보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천이 되기 전에도 적삼은 날 때부터 밝았을 것이다. 그랬으니 도 닦을 생각도 한 것이리라.

그렇긴 하나 날 때부터 밝은 이가 되게 정하는 것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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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운영에 응답한 빛이 사람과 천지를 비추는 소식은 달이 뜬 후 전해질 것이다.

▽강운구 <그림자가 그린 네 폭 병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