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소 2024. 7. 5. 13:07

기생충의 숙주 조종은 어디서나 일어난다. 사마귀는 비정한 곤충으로도 유명하다. 암컷들이 짝짓기 후 수컷의 몸을 먹고, 그것을 양분 삼아 뱃속의 알을 키워내는 것이 그런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마귀는 자신의 알이 아닌 전혀 다른 종류의 생명을 품고 물이 흐르는 계곡을 찾아간다. 육지 곤충인 사마귀가 제 발로 물에 찾아가 투신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마귀의 꽁무니에서 서서히 빠져나오는 것은 사마귀와는 전혀 다른 종족, 연가시라는 이름의 기생충이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1미터가 넘는 연가시 한 마리가 사마귀의 뱃속을 완전히 빠져나온다.

 

연가시는 언제 사마귀의 뱃속으로 들어갔으며, 긴 몸을 어떻게 숨기고 있었을까?

 

연가시가 숙주 곤충의 몸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하는 일은 짝을 찾는 일이다. 수많은 연가시가 짝짓기를 위해 한곳에 모인다. 연가시의 짝짓기는 주로 밤에 이루어진다. 이들은 페로몬을 이용해 짝짓기할 상대를 찾는다. 수컷이 몸을 들어 올려 암컷을 휘감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짝짓기가 시작된다. 몸통 끝이 살짝 갈라진 놈이 수컷이고, 끝이 둥근 놈은 암컷이다. 서로를 꽁꽁 얽어매는 대단한 사랑이 끝나고 얼마 뒤 암컷은 알을 낳는다. 한 마리의 암컷이 수백만 개에서 많게는 2000만 개의 알을 낳기도 한다.

 

가늘고 긴 덩어리로 뭉쳐있는 알들은 2주 정도가 지나면 부화하여 유충이 된다. 이제 연가시 유충을 육상으로 옮겨줄 운반자가 필요한 때다. 물속을 떠다니던 연가시의 유충들은 장구벌레 같은 작은 물 포낭속 곤충의 먹이가 된다. 장구벌레는 모기의 유충이다. 연가시의 유충은 장구벌레의 장세포 안에서 포낭 상태로 지내며 숙주가 자라서 물 밖으로 나가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연가시는 드디어 지상으로 진출한다.

 

운 없는 모기는 사마귀의 밥이 되었지만, 사마귀 속의 연가시는 다시 새로운 숙주의 몸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사마귀의 장 속에 자리를 잡고 성장한다.

 

또다시 반복되는 고도의 숙주 조종. 연가시가 원하는 때, 연가시가 원하는 곳으로 사마귀는 움직인다. 연가시는 사마귀의 행동을 조종해 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긴 몸을 숙주의 뱃속에 숨겨 놓는 일도 대단하지만, 숙주를 조정해 물속으로 돌아가는 것은 더욱 놀랍다.

 

 

도교에서는 사람 몸속에 삼시충(三尸蟲)이라는 충이 있어 사람의 삼관(三關)을 막고, 삼명(三命)의 뿌리를 자르며, 사람이 신선이 되려는 배움을 막고, 사람의 혼이 날아오르려는 것을 억제한다고 하였다. 삼시충이 사람 안에 기생해 살면서 사람을 조종해 타고난 천성을 망각하고 근본을 알지 못한 채로 살게 해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삼시충에 조종당하지 않으면 타고난 천성을 발휘하고 살게 되고, 누구나 도에 통하고 삼청(三淸)의 세계로 갈 수 있다고 한다. 하늘이 인간에게 내려준 최소한의 수명은 120살까지 사는 것인데, 삼시충으로 인해 그러한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마땅히 누려야 하는 복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삼청(三清)은 하나인 도(道)의 다른 모습인 옥청(玉清), 상청(上清), 태청(太清)을 가리킨다. 도교의 교의에 따르면, 처음은 일기(一氣)인데 이것이 삼기(三氣)로 나뉘고, 삼천(三天)이 되었다. 하나인 도(道)가 세 신(神), 또는 신선(神仙), 또는 하늘로 나타나는 것을 일기화삼청(一炁化三清: 한 기운이 세 맑음이 됨)이라고 하였다.

 

필자 생각엔, 일극(一極)의 삼극(三極) 분화또는 일신(一神)의 삼신(三神) 활동 - 진공이라는 한 본체가 물리적 진공, 물리적 진공의 요동, 진공요동에 따른 진공 자신의 빛현상이라고 하는 세 작용을 일으킨 것 - 을 은유한 말이다.

 

필자의 이런 해석에서 생각하면, ‘삼시충’은 사람 안에 스며들어 있는 무명(無明)을 은유해 말한 것이라 여겨지는데, 도교의 이야기 체계에서 삼시(三尸)는 사람의 몸속에 위치하는 순서에 따라 상시(上尸), 중시(中尸), 하시(下尸)로 구분되고, 각기 팽거(彭倨), 팽질(彭質), 팽교(彭矯)로도 불린다.

 

상시인 팽거는 푸른색의 몸으로 아홉 가지로 변신하며 혼백을 따라 노닌다고 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을 혼미하게 하여 물질 - 특히 보물이나 기이한 물건 - 에 욕심을 내게 한다. 평소에는 사람의 머리 위 니환궁(泥丸宮) - 즉, 상단전 - 에 거처한다. 상단전은 뇌이며 자의식이 활동하는 곳이다.

 

중시인 팽질은 황색의 몸으로 평소에는 심장 위의 중니환(中泥丸) - 중단전 - 에 거처하고, 전혀 없는 듯 깊이 숨었다가 문득 존재를 드러내는 등으로 변화가 무쌍하기도 하고,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고 한다. 필자 생각엔, 인간이 어느 때는 성자처럼 자애롭다가도 어느 때는 짐승처럼 사나워지는 것이 이에 해당하고, 먹고 사는 문제에 집착하며 평생을 소일하게 하는 것을 말한 비평인 것 같다.

 

하시인 팽교는 흰색의 몸으로 사람의 배꼽 아래 하니환(下泥丸) - 하단전 - 에 거처하며 특별한 형체가 없다고 한다. 배꼽 아래는 성욕을 포함한 생체의 기초가 되는 곳이니, 팽교가 하니환에 기생해 사람을 조종해 그 사람이 색욕에 이끌리며 살게 한다는 말이겠다.

 

도교의 교의에서 상단전은 – 곧, 뇌는 - 신(神)이 거처한 곳이고, 도교 수행의 연신환허(鍊神還虛)는 신(神)을 다시 허(虛, 곧 진공)로 되돌려서 이로써 본래의 근본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또 중단전은 신(神)과 인간이 함께 존재하는 곳으로, 연기화신(練氣化神)은 신(神)을 단련하여 허를 머금어서 최고의 단계인 연신환허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단전은 인간만 존재하는 곳으로, 연정화기(練精化氣)는 형체를 단련해 기로 만들어서 항구하고 장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삼시충은 평소에는 각기 상중하의 세 단전에 거처하다 의논할 일이 있으면 비장에 모인다고 한다. 삼시충은 또 어린아이의 모습이 되기도 하고 말(馬)의 모습을 하기도 하는데, 모두 3~4촌 길이의 머리카락이 나 있다고 한다. 또 이들은 1년에 여섯 차례 오는 경신(庚申)일의 밤이 되면 하늘에 계신 상제께 올라가 자신이 감시를 맡고 있는 사람의 잘못을 일러바쳐 재앙이 내리게 주청한다고 한다. 이들의 말을 들은 상제께서 해당 인간에게 화를 내림으로써 수명이 짧아지고 도를 통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삼시충을 물리치는 법에 대해 몇 가지 전하는 것이 있는데, 삼시충이 인간에게 해를 주고 신선 공부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하여 도교 수행자들은 삼시충을 없애고자 수행했다고 한다.

 

이런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吾受太上靈符 五嶽神符 左手持印 右手持戟 日月入懷 濁氣出 淸氣入 三尸彭倨出 彭質出 彭矯出 急急如律令”

“나는 태상영부(太上靈符)와 오악신부(五嶽神符)를 받았다. 왼손에는 그 두 부적의 인장을 가졌고 오른손에는 창(戟)을 가졌으며, 해와 달이 들어와 품어주니, 탁기는 나가고 맑은 기운은 들어오라. 삼시충 팽거는 나가거라. 삼시충 팽질은 나가거라. 삼시충 팽교는 나가거라. 급하고 급하게 하기를 율령을 지킴과 같이 하라.”

 

필자 생각엔, 삼시충은 진공에서 유래해 사람의 자성(自性)이 된 진공의 빛이 밝지 못하고 무명한 것을 말한 것이고, 삼시충을 없앤다는 도교의 수행은 진공이 비춘 빛이 천지인에서 본래의 밝기를 회복한다면 이제 수행이 종료되어도 될 것이다. (그런것이면 도교의 수행도 취지는 가상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무엇인가? 진공에서 유래해 사람과 천지에 편재한 진공의 빛은 오직 같은 성분의 빛 - 한빛 - 에 공명하고 광휘가 공진하는 소통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과 천지에 편재한 진공의 빛이 진공 본래의 밝기를 회복하도록 빛운영적 활동을 하는 것이 도교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데도 더 적합할 것 같다.

 

 

<설산이 나를 이끌었다> 강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