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소 2024. 5. 21. 11:01

사람이 바뀌었네요?

정년퇴직했어요

비가 올 때도 왔었고 눈이 올 때도 왔었던

전기 검침원이 오지 않고 다른 사람이 왔다

회사에서 전화가 오면 잘 좀 얘기해달고 하더니

나이는 어쩌지 못했나 보다

얼마 전엔 형님이 정년퇴직을 했다며

기념행사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보내왔다

‘뜨거운 안녕’이라는 노래였다

나이라는 놈이 나도 슬프다

물러날 일도 없는 처지이면서 그렇다

누군가 사라지면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운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

- 유승도, <사람도 흐른다>

...

이 시의 화자는 '사람'의 자의식이다. 이 자의식이 '나'니 '너'니, 세월이 흐르니 나이가 드니 하며 우리가 산다. 사람은 늙고 자의식이 그것을 돌아본다.

사람마다 안에는 진공에서 유래한 빛이 있다.

사람 안에 진공에서 온 빛이 있는 것은 자의식이 아직 활동하지 않아서 의식이 순수의식 상태인 동안에 가장 밝다.

사람의 안에 진공의 빛이 있는 것은, 보통은 정적인 장으로 있어 아무 활동이 없는 것처럼 있다. 그러다가 어느때 - 특히 주의를 기울여 관찰할 때, 그리고 속마음이 명상적인 지각을 일으킬 때 - 동적인 파동으로 바뀌어 정신 활동이 지향한 방향 - 곧 마음의 관심이 향해간 대상 - 에 투사된다. 그렇게 생각이 가면 빛도 가고 빛이 가는 것에 동행해 마음이 간다.

빛은 진공의 세계에서 온 것이고 옛 지성들 - 특히 상고시대 한민족의 선조들은 - 진공의 세계를 하늘이라 불렀다. 그리고 진공의 동적 파동이 하늘에서 오는 것을 하느님이 빛을 비추신다고 하였다.

진공이 낸 빛은 진공 자신의 빛이다. 그리고 진공은 사람과 천지를 포용한 큰 하나여서 이 빛이 하늘·하느님에 있든지, 사람에 내려와 있든지, 천지에 편재하여 있든지 빛의 성분이 진공인 것은 같다. 그래서 한빛이다.

하지만 밝기는 사뭇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 엄연한 실상이다.

그리하여 이 빛이 크게 밝은 것이 광명이고 이 빛이 몹시 어두워서 빛의 작용이 없는 것 같은 것을 무명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인생을 사는 동안에 무엇무엇을 깨닫게 되는가?

광명보다 기쁜 것이 없고 무명보다 슬픈 것이 없다는 것이 인생이 깨닫게 되는 목록에 포함된다.

이는 밝은이가 안다.

 

 

<나무 그림자> 사진-인곡본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