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권 : 천지의 본음/1부 2장

계불과 세례

능 소 2022. 8. 18. 14:08

 

부도지의 이야기가 이런 흐름으로 이어진다.

 

황궁씨가 모든 사람들 가운데 어른이었으므로 띠풀로 묶고 마고 앞에 사죄하여 오미의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고 복본할 것을 서약하였다황궁씨가 천부삼인을 신표로 나누어 주고 칡을 캐서 식량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사방에 분거할 것을 명령하였다유인씨가 천부삼인을 이어받으니 이것은 곧 천지본음의 상으로 그것은 진실로 근본이 하나임을 알게 하는 것이었다아들 환인씨가 천부삼인을 이어받아 인세를 증리하는 일을 크게 밝히니환인씨의 아들 환웅씨는천부삼인을 계승하여 수계제불하였다

 

여기서 복본(復本)’이라 한 것과 천부삼인이라 한 것, 그리고 수계제불이라 한 것에 주목해보자.

 

부도지천부삼인천지본음의 상이라 하였다. 선도의 세계관·하느님 신앙에서 이 표현의 은 모습 없는 하늘·하느님인 진공이다. ‘은 진공의 생명 활동의 소리, 곧 진공요동의 공적(空寂)이다. 이 진공 성분의 근본이 하나임을 알게 하는 것이고 인세를 증리하는 일을 크게 밝히는 빛이기도 한 것이다. ‘본음이라 하지만 눈 있는 자에게는 빛으로, 귀 있는 자에게는 으로 존재가 드러나는, 하늘·하느님의 빛과 소리인 것이다. 성경은 이 본음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라고 하였다.

 

하나인 진공이 진공, 진공요동, 진공빛이라는 세 존재를 일으켜 활동한 데서 천지가 열리고 사람이 나왔다. 진리와 생명과 생명체들의 삶이 모두 진공의 소유물이고, 인생들이 행복을 누리는데 필요한 복이 모두 진공에서 내려온다. 이는 선사시대 철인(哲人)들의 내면에 밝은 진공빛과 우주의 진공빛이 공명해 그 광휘가 공진하는 성통광명이 일어나 깨닫게 되는 궁극의 참 앎이었다. 그래서 하느님은 진공이시다고 명시하고 진공, 진공요동, 진공빛을 삼신이라 불러 이를 원방각(, , )의 천부삼인으로 상징해 가르치신 것이다. 그 가르침을 크게 펼치신 교화의 스승이 환웅이다.

 

단군 신화에서 천부삼인은 천제 환인이 아들인 천왕 환웅에게 인간 세상을 다스리는데 사용하도록 준 세 가지 물건이다. 보통 검, 방울, 거울을 세 가지 신물(神物)이라 하였는데, 이것이 가리키고자 한 것이 진공, 진공요동, 진공빛이라는 삼신(三神)인 것이다. 이를 깨닫는 것이나 이에 대한 가르침을 크게 펼치는 것은 모두 모습 없는 하늘·하느님의 빛과 소리가 웅장하게 비추고 들림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환웅은 인생들이 복본하게 하셨다.

 

환웅이 복본의 길을 가르치시고 그 도를 단군조선에 전하여 신시를 열게 하신 것은 16글자 말씀으로 요약되는 것이다.

 

하느님의 빛이 사람 안에 내려와 있어 : 일신강충(一神降衷)

사람의 본성은 하느님의 광명에 통해 있으니 : 성통광명(性通光明)

두루 모든 것을 비추어 : 재세이화(在世理化)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 : 홍익인간(弘益人間)

 

 

수계제불(修禊除祓)은 계불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부도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계불'(수계제불)은 물에 몸을 담그는 침수의식으로, ‘복본’, 곧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뜻으로 하는 행동이다. 오늘날에도 남아 있는 목욕제개’(齋戒)계불의 유습이고, 각 종교에 있는 관정’ ‘ 세례등의 종교의식은 모두 선사시대 계불의 변형이다. 기독교의 하느님 신앙에서 세례는 물로 죄를 씻어 새로이 태어난다는 신생 또는 재생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를 한역(漢譯)에서 중생(重生:거듭난다)으로 번역하였으므로,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는 이 용어가 많이 쓰여서 흔히 거듭난다고 말한다. 이 거듭남은 부도지가 복본이라 한 것이다.

 

 

예수가 제자들과 유대 땅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고, 요한도 애논에서 세례를 베풀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BC 2세기부터 AD 70년까지 이스라엘의 사해 북서쪽에 있는 건조한 평원인 쿰란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사회와 격리된 채 공동체 생활을 했었던 에세네파(, Essenes) 사람들에게도 유사한 것이 있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마카비 왕조의 정치적 독립으로 왕과 제사장직이 겸해지면서 사두개인은 성전을, 바리새인은 회당을 차지하였다. 바리새인파 안의 개혁파였던 에세네파는 회당과 성전이 모두 썩었다고 보고 따로 분가해 나가서 쿰란에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 그들은 을 강조하였으며 금욕적인 생활을 통해 빛이신 하느님앞에서 정결한 삶을 살고자 하였다.

 

에세네파 사람들은 육체는 타락하기 쉽고 육체를 구성하는 물질은 영원한 것이 아니지만 영혼은 불멸하고 영원한 생명이며 가장 신비한 하늘로부터 와서 육체 안에 깃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가장 신비한 하늘'이라 한 것은 이 가시적인 우주를 연 것은 모습 없는 하늘하느님이시다고 하는 선사시대 선도의 세계관, 하느님 신앙을 계승했다고 여겨진다.

 

그들이 영혼()이 가장 신비한 하늘로부터 와서 육체 안에 깃들었다고 한 것은 하느님의 생기’, 곧 빛이신 하느님의 빛이 사람을 옷 입어 온 것이라는 성육신사상이다. 이것은 선도의 광명사상이다.

 

에세네파 사람들은 그러한 영으로서의 삶, 빛으로 거듭나는 삶을 소망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의의 아들임을 나타내기 위해 흰옷을 입고 살았고, 하느님 앞에 경건하게 서려고 하루에 두 번 신앙 의식을 행하기 전에 흘러내리는 물에 몸을 씻었다. 또 그들은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열정적으로 기도하였다. 이는 태양은 빛의 상징이며 광명이 만나는 곳이라고 알았던 선도의 광명사상의 모습이다.

 

쿰란 공동체의 사람들은 상당수가 장수하였다. 이들이 활동한 때는 유대가 로마의 식민지가 된 때여서 저항운동이 치열했다. 쿰란 공동체는 그 저항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그들은 극심한 박해를 받았는데, 로마인들이 가한 끔찍한 고문에도 흔들림 없이 미소 지으며 죽음을 맞았을 정도로 꿋꿋했다고 한다. 그들은 사람 안에 있는 빛은 하느님의 영이자 인생의 자아이며, 이 빛은 이생의 삶을 마치면 하늘로 돌아간다고 알았다. 그들의 의연함은 그러한 앎에서 나왔으리라.

 

유대인과 한민족은 같은 족속이었다가 빙하기 때 헤어졌다는 학설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성경에는 하느님을 인격신화해 말한 경향이 더 많아지긴 했지만 하느님 신앙에 기원은 저 선사시대의 세계관에 두었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필자의 마음이 짠해진다. 돌아가야 할 곳이 다르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거듭나게 되고 복본이 되는지는 앎이 같지 않다.